지난 10일 인천의 한 마트에서 배가 고프다며 열두 살 아들의 배낭에 몰래 우유와 사과를 넣은 30대 남성, 과거 온라인 도박 등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국민신문고에는 이런 글까지 올라왔는데요.
"절도 혐의자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훈방한 경찰관들이 직무유기를 했다"는 내용인데, 당시 부자를 곰탕집으로 데려가며 온정을 베풀었던 경찰들이 '직무유기' 처벌 대상이 되는 건지 따져보겠습니다.
먼저, 원칙적으로만 보면 벌금 20만 원 이하의 죄질이 약한 범죄자를 입건하지 않고 훈방할 수 있는 권한, 경찰서장에게만 있습니다.
죄질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는 범죄자에 대해선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열 수도 있는데, 이 역시 최종 훈방 결정은 위원장인 서장이 하게 돼 있습니다.
담당 경찰서는, 경찰업무편람에 적힌 신분, 죄질 등 5가지 이유에 따라 훈방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라성환 / 인천중부경찰서 청문감사관]
"주거 및 신원이 확실하고 정상을 참작할 만한 부득이한 사유가 (있기 때문에) 훈방이 적절했다, 이렇게 판단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 경찰업무편람, 내부 규칙에 불과해서 법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그럼 현장 경찰관들, '직무유기'까지 적용 가능한 걸까요.
[승재현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상황을 확인해서 필요한 조처를 했기 때문에 의식적인 방임이라고 볼 수 없어 직무유기죄로 처벌하기는 매우 어려운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판례를 찾아보니, 대법원에서 '직무유기'가 인정되려면 직무 집행을 고의로 포기할 정도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경찰관이 현장에서 인적 사항과 사건 경위를 확인하는 등 필요한 업무를 했다면 직무유기로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인천중부경찰서 영종지구대 관계자]
"인적사항, 그런 건 기본적으로 파악하고요."
담당 경찰서도 경찰들이 기본적인 사항들을 조사했고 이를 문서로도 남겼기 때문에 감찰하지 않고 표창도 철회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종합하면, '정당한 직무집행'을 거쳐 훈방 조치를 한 경찰관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반복되는 논란을 막기 위해 현장 경찰 등이 훈방을 결정하는 체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도 필요해 보입니다.
이상 팩트맨이었습니다.
성혜란 기자 saint@donga.com
영상취재 : 추진엽
연출·편집:황진선 PD
구성:박지연 작가
그래픽:임솔, 류건수 디자이너